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고난주간을 지나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다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분이 걸으신 길은 높아짐의 길이 아니라, 비움과 낮아짐, 그리고 순종의 길이었습니다. 그 고난의 정점에는 십자가가 있었지만, 시작은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인 빌립보서 2장 5절은 단순한 권면이 아니라, 구속사의 핵심을 담고 있는 선언입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빌립보서 2:5)
이 한 절의 말씀 안에는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어떻게 인간의 자리로 내려오셨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그 마음을 품고 살아야 하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고난주간은 단지 그분의 육체적 고통을 기념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 마음을 우리의 마음으로 옮겨 심는 시간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의 마음, 하늘에서 땅으로 흐르다 (빌립보서 2:5)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은 높임이 아닌 낮아짐이었습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지만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빌립보서 2:6), 자기를 비우셨습니다. 그 마음은 하늘의 권세를 쥐는 것이 아니라, 그 권세를 내려놓고 인간의 육신을 입는 사랑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흘러내린 그분의 마음은 마치 가파른 절벽 위에서 조용히 떨어지는 생명의 강줄기 같습니다. 그분은 위에서 아래로, 위엄에서 순종으로, 영광에서 고난으로 내려오셨습니다. 이 마음을 품는다는 것은 단순한 겸손이 아닙니다. 그것은 존재 전체를 움직이는 방향의 전환이며, 자기 존재의 해체입니다.
우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는 말씀은 윤리적 모방이 아니라 존재적 일치입니다. 예수님의 낮아짐은 단지 좋은 본보기가 아니라, 우리가 들어가야 할 하나님의 마음의 깊이입니다.
자기를 비우신 그리스도, 고난의 본질을 품다 (빌립보서 2:5)
예수님의 고난은 상황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였습니다. 그는 스스로 자기를 비우셨고(빌립보서 2:7),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여러분, 여기서 말하는 '비움'은 단순히 내려놓음이 아니라, 자신을 텅 빈 그릇처럼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그분은 하나님의 충만하심을 지니셨지만, 우리를 위해 스스로를 빈자리가 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을 담았던 분이 인간의 형편을 입으셨고, 우주의 중심이 시골 나사렛 목수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그 비움의 끝은 십자가였습니다.
십자가는 예수님의 고난이 극단으로 치닫는 장면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비움이 완성되는 지점이었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심지어 존엄까지도 박탈당한 채로 죽음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이것이 고난의 본질입니다. 타인을 위한 비움, 순종을 위한 무방비, 사랑을 위한 자기 해체.
순종하신 예수, 죽기까지 내려간 사랑 (빌립보서 2:5)
빌립보서 2장은 말합니다. 예수님은 죽기까지 복종하셨고, 그것도 십자가에 죽으셨다고(빌립보서 2:8). 십자가는 당시로서는 가장 저열하고 모욕적인 사형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가장 낮은 자리까지 내려가셨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수난이 아니라, 하나님의 순종이었습니다.
순종은 단지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을 통해 의지를 내어드리는 행위입니다. 예수님은 그 사랑으로 순종하셨고, 그 순종으로 온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에 동참하셨습니다. 그는 반항하지 않았고,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아버지의 뜻에 자신을 내어드렸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그분의 마음을 품는다는 것은 이러한 순종을 본받는 것입니다. 계산하지 않고 사랑하며, 자신을 지키지 않고 내어주는 신앙. 그것이 진정한 제자의 길입니다. 고난주간은 그 길을 다시 걷는 시간입니다. 주님이 걸으신 그 길을 우리가 따라 걷는 시간입니다.
너희 안에 품으라, 이제 우리의 차례 (빌립보서 2:5)
사도 바울은 명령합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단지 감탄하라거나 기억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품으라는 말은, 내 안에 들이시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마음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감정과 선택의 중심이 되는 것을 뜻합니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면, 이제 그 머리 되신 예수님의 마음이 우리의 심장으로 뛰어야 합니다. 고난주간은 이 마음을 가슴에 품는 시기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며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 십자가의 정신을 품고 살아가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도 우리는 끊임없이 높아지려는 세상 가운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끊임없이 낮아지셨습니다. 우리가 품어야 할 마음은 자기 주장과 승리가 아니라, 자기 비움과 순종입니다. 이 마음을 품을 때, 우리 삶에도 십자가의 향기가 스며들게 됩니다.
마무리 묵상
오늘 우리는 빌립보서 2장 5절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묵상했습니다. 고난주간을 지나며 우리는 그분의 십자가뿐만 아니라, 그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신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그 마음은 높아짐보다 낮아짐을 선택했고, 주장보다는 비움을 택했으며, 안전함보다 순종을 따랐습니다.
그 마음이 우리 안에도 깃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자아를 내려놓기 어렵고, 자신을 비우기보다는 채우는 데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고.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의 고난주간은 단지 예수님의 고난을 바라보는 시간이 아니라, 그분의 마음을 삶으로 옮기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그분의 비움이 드러나고, 우리의 결정 속에서 그분의 순종이 반영되며, 우리의 말 속에서 그분의 사랑이 흘러나오기를 바랍니다.
이제, 그 마음을 품읍시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냅시다.
고난주간 묵상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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